길모퉁이SF 후기

감상문 2018. 6. 24. 17:20

아스트로북스 - 길모퉁이SF 후기


▲위 두 이미지의 출처는 아스트로북스 주인님 트위터


 아유 뭐람. 티스토리 편집기에선 사진 크기 조절도 직관적으로 안돼? 모르겠당 그냥 크게 둬야지. 어쨌거나 길모퉁이SF를 만나게 된 건 완전히 우연이었다. 말하자면, 정말로 문득 길모퉁이를 돌았는데 SF를 마주하게 된 셈이다. 해외에 있어서 같이 가지 못했던 친구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한당ㅋㅋㅋ


 그래, 어쨌든 부산에서! 배명훈 작가님을 만나게 되었다. 첫인상은... 좀 놀라움이었다. 아 책 날개에 있던 프로필 사진의 분위기랑 실제 본인 분위기랑 너무 다른 거 아니에요? 이건 살짝 거짓말의 수준이 아닌가 살짝 고민했지만 으음.. 또 생각해보면 작가의 영혼은 또 자신의 영혼으로부터 미묘하게 독립적인 위치에 있으니, 완전히 거짓부렁이라 치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그 생각이 스르르 지나가자 묘하게 꿈같았다. 아 꿈같다는 표현. 지금까지는 좀 환상적이고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는 상태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정말로 내 앞에서 시간이 흐르고 있는데, 너무 일상같이 흘러가서 오히려 진짠지 가짠지 모르겠고 좀 어안이 벙벙한 상태라고 해야할까? 정말 그렇게 휙 하고 시작해버렸다. 그리고 휙 지나갔구..


 지금보니 북토크란 말이 있었구나? 도통 이걸 뭐라 표현해야할지 몰라서 강연회? 낭독회? 좌담회? 같은 말을 아무렇게나 사용했었는데. 굳이 번역을 하자면 좌담회에 가까웠다. 무대(?)에서 김초엽 작가님과 배명훈 작가님 두 분이서 서로 이야기 나누는 걸 방청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엿들었는데 그 중에 기억나는 것들을 정리했다.


<배명훈 작가님>


- 읽으면서 분명 전에 배명훈 작가님 단편에서 고고심령학에 대한 소설을 봤던 것 같았는데(무슨 사막의 발굴현장? 공룡? 같은 게 떠오름) 마침 여기서 언급을 해주셨다. 안녕, 인공존재를 표제작으로 두고 있는 단편집에 있다네. 읽은 지 한 5년은 되지 않았을까..


- 김초엽 작가님이 고고심령작자(를 위시한 배명훈 작가님의 전반적인 톤)을 보면서 학자들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하셨다. 그 디테일함. 밀도. 그건 뭘 공부하는 지 보여줘야만 구현할 수 있는데 배명훈 작가님은 그 작업을 해내시기에 작품이 전반적으로 깊은 맛이 있다. 비교를 하자면, 김중혁 작가님의 장편은 그런 맛이 없다. 우열보단 취향의 문제긴 하지만. 


- 그런 의미에서 공부 활극이라는 표현이 재미있었다. 현실에선 공부(연구)의 프로세스가 '아아아아ㅏ아아 싫어ㅓ어어어 아무것도 하기 싫다ㅏㅏㅏㅏ '인 상태로 세 네 시간 동안 꿈틀거리다가 마감이 닥쳐서야 '아.. 진짜 지금 시작 안하면 마감을 못해.. 과제 (나쁜말).. 해야해.. 그래, 하자! 까짓거 하지머!'가 되어서야 시작이 되는데 소설의 우수하고 빛나는 인재들은 하루종일 자신이 공부하는 주제에 대해서만 생각하니까. (+거기에 결국 이해해내고 결과를 내고야 만다) 뭐 그게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사람들은 죄다 고수고 칼질 정말 잘하는 거랑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 '환금하세요'. [동] (주로 나쁜 일이 일어 났을 때) 겪었던 일을 소설로 써내려 돈을 버는 행위. 나쁜 일은 이미 지나갔으니 어쩔 수 없고 그 경험을 가지고 돈이나 버는 게 낫지란 의미에서 배명훈 작가님이 종종하시는 말씀이라고 한다. 사실 이 주제에 대해서 얼마전에 친구랑 이야기를 했었다.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를 읽고 작가가 자신의 삶을 글로 소모하는 행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같이 이야기해보자고 얼른 읽어보라는 정도까지였지만. 그런 중에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전업 작가와 그냥 작가의 차이. 삶을 자신에게로부터 떼어낼 수 있느냐의 문제. 뉘앙스는 살짝 다르지만 그 맥락이면 충분한 생각거리였다고 본다.


- 나로우주센터 이야기하시면서 '생활은 어떠세요?'란 질문을 하셨다고 한다. 삶. 디테일. 거기에 중점을 두는 것이 느껴졌다.


- 한국은 세계적인 일의 중심지가 될 수 없다는 대중의 생각으로부터. 외계인과 담판을 짓는 국정원... 아 이건 지금도 적응이 안된다.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좀 '두유 노 김치?' 느낌을 어떻게 지우냐도 중요한 관건이 아닐까 싶다. 

 > 낯을 익히는 과정. 1세대 작가님들의 작업.

 > 생활구역. 사회구역. 국가구역. 세계의 구역. 그 모든 것들이 겹치는 지점이 있는 장소가 있다. 뉴욕이라든가.. 그런 곳이 SF(주로 세계적이거나 우주적인 스케일의)가 대체로 전개되는 장소라고 한다.


- 일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마감에 쫓기지 않으려고 미리미리 일을 하신다니 이미 이것 자체로 먼치킨이 아닌가?


- 평소에 생각하고 이야기 태그를 붙여넣은다면 무의식 속으로 던져넣기. 아마 원시의 바다쯤 되지 않을까? 거기서 막 자기들끼리 결합하고 부글부글 끓어서 장편이 딱 나오다니, 아무래도 창조론을 믿어야겠다.


<김초엽 작가님>


- 큰 규모의 이야기를 작은 공간에서 하는 장면?


- 단편 소설은 다 보여줄 수 없으니까 어떤 부분을 보여줄 지 선택하는 감각(센스)가 중요


- 장면 중심의 글쓰기... 보여주려는 과정이 단편소설의 완성과정. 솔직히 나 같은 경우에는 마음이 급해서 그 과정이 좀 지루하던데. 어서 그 장면을 쓰고 싶어!! 란 욕망이 차올라서 좀 제풀에 지겨워지곤 해버린다. 


- 공모전을 준비하시면서 한국인이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 한국 SF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고민하셨다고 한다.


- 실제로는 어머니와 사이가 좋으시다고 한다.. 읽으면서 어라? 싶은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정말 훌륭하게 잘 쓰셨던 것 같다.


- 생각나는 것을 메모해두기. 나도 잊어먹으면 정말 영영 잃어버릴까봐 메모해두는 걸 선호한다... 그렇다고 정말로 뒤져보느냐 하면, 흠.. 새로운 아이디어는 언제나 솟아나고, 그것조차 쓸 시간-에너지가 없어서 돌아볼 생각조차 못하곤 한다..ㅠㅠ


 김초엽 작가님 이름 석 자를 봤을 때 처음 보는 이름이라서 좀 당황했는데(물론 SF끈이 길진 않다) 찾아보니 책도 한 권 밖에 없어서 신인이시구나 싶었다. 그래서 책을 사서 봐야하나.. 고민했던 게 사실이지만 이왕 가는 거니까 미리 읽고 가려고 사서 읽어봤다. 관내분실은 우리나라 작가님으로 치자면 윤이형 작가님의 글을 떠오르게 한다. 주류문학의 경향에 SF적 배경이 섞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내용적으로 비슷한 글을 찾자면 '맘'? 그렇지만 더 직접적으로는 엄마를 부탁해와 좀 더 가깝지 않나 싶다. 음... 그 주제 자체가 막 새로운 건 아니었음. 한편 과학 기술에 대한 신뢰에 대해서도 살며시 다룰려다 말았는데 그 두개가 엮였으면 좀 더 새로운 결과물이 나오지가 않았을까? 영화 트렌센던스 느낌처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좀 더 가벼운 느낌이다. 스페이스 오페라 분위기. 


▲사인 받음


 사인 하겠지? 싶긴 했는데 총통각하를 들고 갈까 말까 했는데(처음으로 산 SF책////) 말았다.. 후회함. 흑흑 새로산 고고심령학자보다 오조오억배는 더 의미있는 책인데.


 이런 시간 너무 좋았다. 서울에서는 자주 하던데... 가 아니라 서울에서만 함. 출판단지가 죄다 파주에 있는 탓인지, 소설가들은 죄다 서울에 사는 탓인지? 다음에도 관심있는 작가님이 아래로 내려와서 좌담회를 한다면... 꼭 참가해야지.

Posted by 하늘바라KS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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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의 신작이 문학동네 16년 겨울호에 있길래 봤다. 개인적으론은 좀 별로였다.


내가 이갈리아의 딸들이나 그것말고 패러디한 다른 작품을 안 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빤히 드러내는 것보다는 어느순간에 휘리릭 모든 것을 깨닫게 되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은 단순히 뒤집어 놓은 것에 불과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떠올랐던 것이 '정조역전세계'라는 성인지. 거기서 그 세계의 남자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 것 같다.


마음에 안드는 세계관은 제외하고, 이야기만 놓고 봤을 땐 나쁘지 않다. 김혜나의 그랑주떼와 비교해보자면 그랑주떼는 좀 소극적이고 무기력한 모습, 즉 후유증에 대해 다뤘다면 김보영의 이 소설은 현재를 겪으며 드러나는 주인공의 생각과 감정이 잘 드러났음


단순히 남자와 여자라는 명칭을 바꾸는 것이 설득적일까? 그 이상으로 '남자 너네들도 너희보다 더 센 네필림(거인)과 같이 살게 된다면 그땐 우리를 이해할 수 있겠지' 란 느낌으로 그런 설정을 붙인 걸까?


그럼 반대로 겪어보지 못하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문제일까. 그게 그런지 그렇지 않은 지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그렇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렇게 접근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의 끝은 고립과 배척이니까.


결론 : 이야기의 진행이나 인물의 심리묘사 등은 좋았다. 역시 김보영임. 그런데 세계관은 조금 더 생각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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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늘바라KS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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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악당 총집편. 정의의 편에 있는(정의의 대표자) 애가 실은 더 악당 같아서 위트있게 보일 것이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그런 캐릭터는 마르고 닳도록 나와서 식상했다. 


쓸데없이 캐릭터가 많이 나왔다. 물론 악당 총집편이긴 한데, 영화 초반부에서 자세하게 다뤘던 플로이드랑 할리 퀸만 영화 내내 좀 다뤄주고-그마져도 플로이드 분량이 겁나 많다-그외의 잡 아이들은 그냥 들러리. 그래도 조금씩 다루다보니 전체적으로 산만하단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산만하면서도 깊이는 없는. 두마리 토끼를 죄다 놓친 케이스.


아니 뭐 그래. 그래도 재밌으면 괜찮았겠지만 그다지 재밌지도 않았다. 재미를 느끼기에는 일단 자극적인 요소가 별로 없었음. 캐릭터의 아픔이나 세밀하고 격정적인 감정묘사나... 그렇다고 스토리가 좋은 것도 아님. 여기서 악당으로 나오는 그 남미의 신은 그냥 꼬맹이여... 즈그 오빠한테 다 해달라하고. 오빠가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보고만 있었음! 이미 악당이 많긴 하지만 적어도 그 녀석의 이야기도 좀 해줘야 스토리에 몰입이 되었을 텐데 그 악당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영화에는 빠져있음. 그 '준 문'이란 고고학자가 나오는 DC의 만화를 보면 알 수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면 영화 자체로는 좀 완결도가 떨어지지 않음? 일단은 그 많은 주인공들의 브리핑도 이야기 시작부분에 해줬었는데. 갑작스럽게 "인간이 우릴 배신했어! 크와앙"해봐도... 


마지막으로 의욕이 넘나 없었음. 그 국장이라는 분이 그냥 현실적으로 타협하는 분이여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겁나 주인공에게 동기부여가 안되고 그 덕분에 영화가 전체적으로 축축 쳐졌다. 폭력으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적어도 그 부분은 어느정도 전달이 된 것 같긴 하다.


"여긴 어디? 난 누구? 대체 난 왜 여기 있는걸까? 아... 목에 폭탄 있었지?" 


발랄한 할리 퀸이 아무리 분위기를 띄워보려고 해도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져버린 텐션은 오를 생각을 안하고. 그나마 있던 할리 퀸 마져도 등장 비중이 적어서 보면 볼수록 맨인블랙 떠오르게 하는 플로이드 아재가 정의를 외치는 노잼 영화로 멱살잡고 이끌어가는 느낌? 


노- 참신

노- 일침

노- 감성

노- 활기

노잼


물론 인상깊게 보았던 것도 있다. 그것은 바로 할리 퀸 뒷 이야기. 그 겁나 파멸하가는 모습이 감성을 깊게 자극했다. 완전히 좋다기보다.. 할리 퀸만 다뤘다면 정신과 의사가 조커를 좋아하면서 내적으로 갈등하는 모습과 사랑하게 되는 모습, 어떻게 미치광이처럼 행동하는지를 자세하게 묘사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은 있다. 그래도 꼭대기에 올라가다가 계단 참에 잠시 서서 보글보글 끓는 갈색 액체를 바라보며 회상하는 장면은 그나마 이 영화에서 뽑을 최고의 장면이 아닐까. 

Posted by 하늘바라KS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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