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악당 총집편. 정의의 편에 있는(정의의 대표자) 애가 실은 더 악당 같아서 위트있게 보일 것이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그런 캐릭터는 마르고 닳도록 나와서 식상했다. 


쓸데없이 캐릭터가 많이 나왔다. 물론 악당 총집편이긴 한데, 영화 초반부에서 자세하게 다뤘던 플로이드랑 할리 퀸만 영화 내내 좀 다뤄주고-그마져도 플로이드 분량이 겁나 많다-그외의 잡 아이들은 그냥 들러리. 그래도 조금씩 다루다보니 전체적으로 산만하단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산만하면서도 깊이는 없는. 두마리 토끼를 죄다 놓친 케이스.


아니 뭐 그래. 그래도 재밌으면 괜찮았겠지만 그다지 재밌지도 않았다. 재미를 느끼기에는 일단 자극적인 요소가 별로 없었음. 캐릭터의 아픔이나 세밀하고 격정적인 감정묘사나... 그렇다고 스토리가 좋은 것도 아님. 여기서 악당으로 나오는 그 남미의 신은 그냥 꼬맹이여... 즈그 오빠한테 다 해달라하고. 오빠가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보고만 있었음! 이미 악당이 많긴 하지만 적어도 그 녀석의 이야기도 좀 해줘야 스토리에 몰입이 되었을 텐데 그 악당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영화에는 빠져있음. 그 '준 문'이란 고고학자가 나오는 DC의 만화를 보면 알 수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면 영화 자체로는 좀 완결도가 떨어지지 않음? 일단은 그 많은 주인공들의 브리핑도 이야기 시작부분에 해줬었는데. 갑작스럽게 "인간이 우릴 배신했어! 크와앙"해봐도... 


마지막으로 의욕이 넘나 없었음. 그 국장이라는 분이 그냥 현실적으로 타협하는 분이여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겁나 주인공에게 동기부여가 안되고 그 덕분에 영화가 전체적으로 축축 쳐졌다. 폭력으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적어도 그 부분은 어느정도 전달이 된 것 같긴 하다.


"여긴 어디? 난 누구? 대체 난 왜 여기 있는걸까? 아... 목에 폭탄 있었지?" 


발랄한 할리 퀸이 아무리 분위기를 띄워보려고 해도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져버린 텐션은 오를 생각을 안하고. 그나마 있던 할리 퀸 마져도 등장 비중이 적어서 보면 볼수록 맨인블랙 떠오르게 하는 플로이드 아재가 정의를 외치는 노잼 영화로 멱살잡고 이끌어가는 느낌? 


노- 참신

노- 일침

노- 감성

노- 활기

노잼


물론 인상깊게 보았던 것도 있다. 그것은 바로 할리 퀸 뒷 이야기. 그 겁나 파멸하가는 모습이 감성을 깊게 자극했다. 완전히 좋다기보다.. 할리 퀸만 다뤘다면 정신과 의사가 조커를 좋아하면서 내적으로 갈등하는 모습과 사랑하게 되는 모습, 어떻게 미치광이처럼 행동하는지를 자세하게 묘사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은 있다. 그래도 꼭대기에 올라가다가 계단 참에 잠시 서서 보글보글 끓는 갈색 액체를 바라보며 회상하는 장면은 그나마 이 영화에서 뽑을 최고의 장면이 아닐까. 

Posted by 하늘바라KS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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